최근 한 커뮤니티에서 종합병원에 9년을 다니신 분이 퇴직금을 못 받고 있다며 공론화가 필요하다고 올린 글을 제가 본 적이 있습니다. 남 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안타까웠고, 그때 이 문제의 심각성을 실감했습니다.
퇴직금은 좀 밀려도 그러려니 넘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정작 "며칠까지가 정상이고 며칠부터가 위반인지"는 잘 모르는 채로 시간만 흘려보내는 분들이 많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처벌 수위까지 올라간 만큼, 지금 퇴직을 앞두고 있거나 이미 퇴직했는데 아직 못 받으셨다면 오늘 날짜 기준으로 퇴직일로부터 며칠이 지났는지부터 계산해 보시는 게 첫걸음입니다.
무엇이 달라지나
회사를 그만뒀는데 퇴직금이나 퇴직연금이 들어오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때 사업주가 받는 처벌이 9월 18일부터 무거워집니다.
개정 전후 비교
근거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3조입니다. 2026년 3월 17일 공포된 개정법(법률 제21475호)이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9월 18일에 시행됩니다.
무엇을 안 줬을 때 해당하나
법 조문이 정한 대상은 세 가지입니다.
-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경우
- 근로자가 퇴직할 때 퇴직연금 급여를 지급하지 않거나, 부담금·지연이자를 납입하지 않은 경우
- 감독 과정에서 알게 된 금융거래정보를 유출한 경우
여기서 짚을 것이 하나 있습니다. 1번과 2번 모두 "퇴직할 때"가 기준입니다. 재직 중에 회사가 퇴직연금 부담금을 제때 넣지 않는 것은 이 조항의 처벌 대상이 아닙니다. 그 경우는 지연이자 문제로 다뤄집니다.
기준은 '퇴직일부터 14일'입니다
가장 중요한 숫자입니다. 법이 정한 기한은 전부 14일입니다.
퇴직한 날로부터 2주가 지났는데 아무것도 들어오지 않았다면, 그때부터는 법 위반 상태입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법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당사자 간의 합의에 따라 지급기일을 연장할 수 있다"는 단서가 붙어 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합의'입니다. 회사가 일방적으로 "다음 달에 주겠다"고 통보하는 것은 합의가 아닙니다. 근로자가 동의해야 연장입니다.
회사가 연장을 요청하면, 동의하실지는 본인 판단이지만 언제까지 주겠다는 것인지 문자나 메일로 남겨두세요. 나중에 증거가 됩니다.
내가 받을 돈이 어떤 종류인지부터
회사마다 제도가 다릅니다. 내 것이 무엇인지 알아야 어디에 요구할지 정해집니다.
DC형이라면 계좌를 먼저 열어보세요. 내 명의 계좌에 매년 쌓여 온 구조라, 은행이나 증권사 앱에서 바로 확인됩니다. 그동안 들어온 금액이 보이고, 마지막 달 부담금이 안 들어왔다면 그것도 보입니다.
DB형이라면 회사에 확인해야 합니다. 회사가 사외에 적립금을 쌓아두는 구조라 개인이 직접 조회하기 어렵습니다. 다만 퇴직연금사업자는 매년 1회 이상 적립금액과 운용수익률을 가입자에게 알려야 합니다(제18조). 통지를 받은 적이 없다면 회사나 퇴직연금사업자에게 요구할 수 있습니다.
여러 회사를 다녔다면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fss.or.kr)에서 흩어진 연금을 한 번에 볼 수 있습니다. 다만 두 가지를 알고 쓰셔야 합니다.
- 신청 후 며칠 기다려야 조회가 가능합니다
- 매월 말 기준으로 갱신됩니다. 이번 달에 안 들어온 것을 바로 확인하는 용도가 아닙니다
즉 통합연금포털은 전체 현황 파악용이고, 미납을 즉시 확인하려면 해당 금융사 앱을 보셔야 합니다.
포털 안에 「미청구 퇴직연금 조회」 메뉴가 따로 있습니다. 예전 직장 퇴직연금을 찾아가지 않은 경우 여기서 잡힙니다. 오래전 이직 경험이 있다면 한 번 확인해 보실 만합니다.
늦게 받으면 지연이자를 더 받습니다
여기서부터는 DC·DB형 퇴직연금 부담금 이야기입니다. 회사가 직접 지급하는 일반 퇴직금이라면 근로기준법 제37조에 따라 14일을 넘긴 날부터 연 20%가 단일하게 적용되니, 아래 두 단계 이율은 해당하지 않습니다.
퇴직연금 부담금이 늦게 납입되면 지연이자가 붙습니다. 그런데 이자율이 하나가 아니라 두 단계입니다.
근거는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시행령 제11조입니다. 법이 정한 상한은 연 40% 이내이고, 시행령이 실제 이율을 위 두 구간으로 나눠 정하고 있습니다.
14일이 지나면 이자가 두 배가 됩니다
앞에서 본 14일이 여기서도 기준입니다. 퇴직일부터 14일까지는 연 10%지만, 그날을 넘기면 그 뒤로는 연 20%가 붙습니다.
예시로 보면
미납 부담금이 500만원이고, 퇴직 후 6개월 만에 받았다면
- 14일까지: 500만원 × 10% × (14/365) ≈ 약 1.9만원
- 그 이후 약 166일: 500만원 × 20% × (166/365) ≈ 약 45만원
- 합계 약 47만원
기간이 길어질수록 두 번째 구간이 커집니다. 늦어질수록 사업주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는 구조입니다.
실제 계산은 납입 예정일과 지연 일수에 따라 달라집니다. 정확한 금액은 관할 노동관서나 퇴직연금사업자에게 확인하세요.
지연이자도 안 주면 처벌 대상입니다
이 지연이자 역시 퇴직할 때 부담금과 함께 14일 안에 넣어야 하고, 안 넣으면 그것도 처벌 대상입니다(제43조제2호).
다만 천재지변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유가 있는 기간에는 지연이자가 붙지 않습니다(제20조제4항).
합의로 날짜를 늦추면
당사자 간 합의로 납입 날짜를 연장한 경우에는 연장된 날짜까지가 연 10% 구간이 됩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합의 내용을 기록으로 남겨두시는 편이 좋습니다.
합의하면 처벌이 안 될 수도 있습니다
이 조항은 반의사불벌죄입니다.
다만, 제1호 및 제2호의 경우 ... 피해자의 명시적인 의사에 반하여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 제43조 단서
쉽게 말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고 하면 사업주를 기소할 수 없습니다. 실무에서 밀린 돈을 받는 조건으로 처벌불원서를 쓰는 경우가 여기 해당합니다.
예외가 있습니다
이번 개정으로 예외가 들어갔습니다. 근로기준법에 따라 명단이 공개된 체불사업주가 그 공개 기간 중에 또 미지급하면, 근로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도 기소할 수 있습니다.
상습적으로 체불하는 사업주에게는 합의로 빠져나갈 길을 막은 것입니다.
판단하실 때
처벌불원서를 쓸지 말지는 본인이 정하실 문제입니다. 다만 돈을 실제로 받은 뒤에 쓰는 것과 받기로 약속만 하고 먼저 쓰는 것은 결과가 크게 다릅니다. 순서를 뒤집지 마세요.
못 받았을 때 할 일
1단계 — 회사에 서면으로 요구
문자, 메일, 카카오톡 무엇이든 기록이 남는 방법으로 하세요. 통화만으로는 증거가 남지 않습니다. 언제 퇴직했고 얼마를 못 받았는지, 언제까지 지급을 요청하는지 적으시면 됩니다.
2단계 —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진정
회사가 응하지 않으면 신고합니다. 사업장 소재지 관할 노동관서에 진정을 넣으면 근로감독관이 조사합니다.
- 관할 관서 찾기: 고용노동부(moel.go.kr) → 기관 소개 → 조직안내 → 소속기관 → 관할관서 찾기
- 상담: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 1350
3단계 — 회사가 도산했다면
회사가 문을 닫아 받을 방법이 없다면 대지급금 제도가 있습니다. 국가가 사업주 대신 지급하고 나중에 회수하는 제도입니다. 퇴직급여등은 최종 3년간의 체불액이 대상입니다.
→ 도산대지급금 신청 방법
준비해 두면 좋은 것
- 근로계약서, 급여명세서
- 퇴직 사실을 알 수 있는 자료 (사직서 사본, 4대보험 상실 내역 등)
- DC형이라면 퇴직연금 계좌 거래내역
- 회사와 주고받은 문자·메일
3년이 지나면 받을 수 없습니다
이 법에 따른 퇴직금을 받을 권리는 3년간 행사하지 아니하면 시효로 인하여 소멸한다.
— 제10조
퇴직금 청구권의 소멸시효는 3년입니다. 오래전에 그만둔 회사에서 못 받은 퇴직금이 있다면, 3년이 지나지 않았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회사가 도산해서 대지급금을 받으려는 경우에는 별도의 기한이 더 짧습니다. 도산등사실인정 신청은 퇴직 다음 날부터 1년 이내여야 합니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관련 글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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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제4조·제7조·제9조·제10조·제11조·제17조·제18조·제20조·제23조의7·제43조 및 부칙(법률 제21475호), 같은 법 시행령 제11조, 근로기준법 제37조, 고용노동부(moel.go.kr),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 개별 사안은 고용노동부 고객상담센터(1350) 또는 관할 지방고용노동관서에 확인해 주세요. 본 글은 2026년 8월 22일 기준으로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