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고불고

`고질라 엘니뇨’ 덮치고…세계식량가격 충격파 진짜일까? 사실은...

늘고불고 편집팀최종 수정 2026년 7월 19일

어제 아침 뉴스를 보다가 여기 제목에서 잠시 멈칫했습니다.

"'중동전쟁' 엎치고 '고질라 엘니뇨' 덮치고… 세계식량가격 충격파"

영국 가디언이 슈퍼 엘니뇨로 식량 가격이 급등할 거라고 경고했고, 골드만삭스는 15.8% 상승을 전망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세계은행은 쌀·설탕·커피가 50~100% 이상 오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당연히 이런 생각이 들죠.
"곡물 관련주 사야 하나?"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뭔가 ...
엘니뇨가 덮친다는 말을 언제 한 번 기사로 본 거 같아서 직접 찾아봤어요!

신기하게도(?)
2023년 6월에도 똑같은 기사가 있었습니다.

2023년 6월 2026년 7월 (오늘)
보도 매체 가디언 가디언
골드만삭스 전망 식량 원자재 15.8% 급등 식량 원자재 15.8% 급등
세계은행 원자재 급등 경고 원자재 10~50% 급등 경고
여파 완전 반영 "2028년 하반기" "2028년 하반기"

골드만삭스 전망치가 15.8%로 소수점까지 똑같습니다.
우연이 아니겠죠. 같은 기관이 같은 모델로 돌리니까요.
그 때는 국내 증시 반응도 뜨거웠습니다.

가디언 보도 직후 팜스토리 +23%, 한일사료 +14%, 미래생명자원 +8%...
사료·곡물주가 일제히 날아올랐습니다.

근데 너무 신기하게도 워딩이 같네요..ㅋㅋ

"그때 산 사람들, 지금 어떻게 됐을까?"

궁금해서 제가 직접 데이터를 다 넣어서 계산을 해봤습니다.

한국거래소(KRX)에서 2023년 6월 1일 ~ 12월 28일, 143거래일 데이터를 종목별로 전부 내려받았습니다.
당시 가장 많이 언급됐던 5종목입니다.

  • 남해화학 (비료)
  • 미래생명자원 (사료)
  • 대한제당 (설탕)
  • 팜스토리 (사료)
  • 팬오션 (곡물 해운)

 

결과부터 말씀드리면...?
이 기사가 나온 이후 급등했던 종목들의 연말 가격은

5종목 전부 마이너스였습니다.

단 하나도 예외가 없었어요!

종목 고점 찍은 날 6월 → 연말 고점 대비 최저
남해화학 6월 9일 −15.0% −20.5%
미래생명자원 6월 14일 −36.5% −51.0%
대한제당 6월 15일 −9.8% −28.2%
팬오션 6월 20일 −21.0% −33.7%
팜스토리 6월 23일 −21.3% −38.4%
평균 −20.7% −34.4%

심지어, 미래생명자원은 반토막(−51%) 이 났습니다.

😱 그런데 진짜 소름 돋는 건 따로 있습니다

위 표에서 '고점 찍은 날' 열을 다시 봐주세요.

6월 9일, 6월 14일, 6월 15일, 6월 20일, 6월 23일

전부 6월 9일 ~ 23일. 딱 2주 안입니다.

그리고 그 2주가 뭐였냐면요 —
가디언 보도가 나오고, 골드만삭스가 15.8%를 외치고, 세계은행이 경고하던 바로 그 기간입니다.

즉, 뉴스가 가장 뜨거웠던 그 2주가 정확히 꼭지였습니다.

기사를 보고 "오, 이거다!" 하고 산 사람은... 정확히 최고점이었어요 ㅠㅠ..


💣 회전율 106%가 무슨 뜻인지 아시나요

이게 무슨 일이었는지는 회전율이 보여줍니다.
회전율은 하루에 전체 주식의 몇 %가 손바뀜했는지를 말합니다.
미래생명자원, 2023년 6월 8일 — 회전율 106%.
무슨 뜻이냐면요.

회사가 발행한 모든 주식이, 하루 만에 주인을 한 바퀴 다 바꿨다는 뜻입니다.

대한제당은 6월 30일에 57%, 팜스토리는 6월 22일에 49%였고요.
이건 투자가 아닙니다. 폭탄돌리기였어요.
그리고 마지막에 받은 사람이 −51% 를 맞았습니다.


🤔 "그럼 ETN은요? 그건 안전하지 않나요?"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개별 종목은 위험하니까 곡물 ETN으로 안전하게 가자고요.
당시 언론 기사 제목이 이랬거든요.

"슈퍼 엘니뇨 전망에… 박스피 장세에도 곡물 투자 수익은 '쏠쏠'" — 2023년 6월 26일

메리츠 레버리지 대표농산물 ETN이 6월 들어 +39.6% 급등하며 ETF·ETN 통틀어 수익률 1위를 찍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코스피가 0.2% 오르는 동안 40%라니. 안 살 이유가 없어 보이죠.

그래서 이것도 직접 뽑아봤습니다.

📊 곡물 상품 3개, 같은 기간 추적

이번엔 레버리지(2배)일반(1배) 을 나란히 놓고 봤습니다.
기사가 나온 후 2023년도 6월 고점을 찍고 시간이 지난 연말 가격 비교

상품 배율 6월 → 연말 고점 대비 최저
KODEX 3대농산물 ETF 1배 −3.5% −20.5%
메리츠 레버리지 농산물 ETN 2배 −9.5% −36.4%
하나 레버리지 옥수수 ETN 2배 −28.3% −49.3%

차트로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2023년 6월 엘니뇨 보도 이후 곡물 관련 ETN·ETF 수익률 추이 — 6월 22일 전후 일제히 고점(레버리지 ETN 최고 +38%)을 찍고, 연말에는 레버리지 옥수수 ETN이 −28%까지 밀렸다 (KRX 원본 데이터로 직접 계산)

💀 그리고 결정적인 사실

아까 그 기사, 6월 26일에 나왔다고 했죠?
고점이 6월 22일이었습니다.

기사가 나왔을 때, 이미 나흘 전에 꼭지를 찍은 뒤였습니다.

"수익률 1위!" 기사를 보고 들어간 사람은... 정확히 최고점에서 산 겁니다.
하나 레버리지 옥수수 ETN을 그날 샀다면? −48%. 반토막입니다.


⏰ 그런데 잠깐, 3년이 지났잖아요?

여기까지는 "2023년 하반기 6개월" 이야기였습니다.
그런데 이런 생각 드시죠?
"3년이나 지났는데, 지금쯤은 회복하지 않았을까?"
저도 그게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오늘 종가를 그대로 뽑아봤어요.

상품 2023년 고점 오늘 (26.7.13) 고점 대비
KODEX 3대농산물 ETF (1배) 13,240원 8,130원 −38.6%
메리츠 농산물 ETN (2배) 27,355원 10,835원 −60.4%
하나 옥수수 ETN (2배) 32,710원 7,980원 −75.6%

...3년이 지났는데도 아무도 회복 못 했습니다.

하나 레버리지 옥수수 ETN, 32,710원 → 7,980원 ▶ −75.6% 입니다.
2023년 6월에 그 기사 보고 산 사람은, 3년이 지난 오늘도 −66% 상태예요.
그리고 레버리지 안 쓴 1배 상품(KODEX)마저 −38.6% 입니다.

"기다리면 오른다"가 통하지 않았습니다. 레버리지를 안 썼어도, 사는 시점이 틀리면 3년을 물립니다.

 

😨 그런데 지금, 똑같은 일이 시작되고 있습니다

여기서 진짜 소름이 돋습니다.
메리츠 농산물 ETN의 최근 움직임을 보세요.

날짜 등락률 종가
6월 17일 +3.19% 9,865원
6월 26일 +3.22% 9,775원
7월 1일 +3.31% 9,685원
7월 6일 +3.36% 10,140원
7월 13일 (오늘) +5.91% 10,835원

슬금슬금 오르다가...
가디언 기사가 나온 오늘, 크게 뛰었습니다.
2026년 들어 이 상품은 +15.3% 올랐습니다. 오르고 있는 건 맞아요.
다만 정직하게 짚자면 — 아직 2026년 5월 고점(12,575원)도 못 넘었고, 2023년 고점(27,355원)까지는 갈 길이 까마득합니다.

3년 전 6월과 똑같은 초입 패턴입니다.

 

📉 그런데 왜 이런 일이 반복될까요

여기서부터가 진짜입니다.
키움증권이 1990년 이후 엘니뇨 9번을 전부 분석했습니다.
가격이 의미 있게 오른 경우가 몇 번이었을까요?

자산군 9번 중
에너지 (유가·가스) 3번
비철금속 3번
곡물 (밀·옥수수·콩) 2번
소프트 (설탕·커피·코코아) 2번

곡물은 9번 중 2번, 퍼센트로는 22%의 확률입니다.
심지어 슈퍼 엘니뇨였던 1997~98년, 2014~16년에도
— 설탕·코코아 빼고는 원자재 가격이 오히려 내렸습니다.

왜냐하면요!

"소맥 가격과 상관관계가 가장 높은 것은 유가다" — 김지현 키움증권 연구원

곡물 총 생산비에서 에너지 비용이 40% 이상이거든요. 비료도, 농기계도, 운송도 전부 기름입니다.
"엘니뇨 → 흉작 → 곡물값 폭등" 이라는 직관은 그럴듯하지만,
실제로는 유가·재고·글로벌 수급이 훨씬 크게 작용합니다.
날씨는 생각보다 힘이 약해요.


🍬 그럼 진짜 오르는 건 뭔가요

증권가가 일관되게 지목하는 건 곡물이 아니라 '소프트 원자재' 입니다.
설탕(원당) · 커피 · 코코아 · 팜유.
이유는 명확합니다. 주 생산지가 인도, 태국, 중국, 브라질, 동남아 — 전부 엘니뇨 직격탄 지역이거든요.
세계은행도 이번에 "쌀·팜유·설탕·커피가 50~100% 이상 오를 수 있다" 고 콕 집었습니다.
실제로 2023년에도 원당만은 2016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어요.

⚠️ 근데 여기서 함정 하나

"그럼 대한제당 사면 되겠네!"
...아닙니다.
대한제당은 원당을 사서 정제하는 회사입니다.
원당 값이 오르면 원가가 올라서 오히려 손해예요.
실제로 2023년 대한제당 주가, −9.8% 였습니다.
원자재값 상승 = 관련 기업 주가 상승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대인 경우가 훨씬 많아요.


🎯 정리하겠습니다

오늘 뉴스는 3년 만의 재방송입니다.
: 가디언, 골드만삭스 15.8%, 세계은행 경고까지 소수점 하나 안 틀리고 똑같습니다.
그때 산 사람들은 전부 잃었습니다.
: 테마주 5종목 평균 −20.7%(고점 대비 −34.4%), 레버리지 ETN은 최대 −49.3%.
그리고 뉴스가 가장 뜨거웠던 2주가 정확히 꼭지였습니다.
데이터는 애초에 회의적입니다.
: 엘니뇨 9번 중 곡물이 오른 건 2번뿐이니까요.
레버리지는 방향이 맞아도 시간이 길어지면 집니다.
: 곡물 가격은 −5.0%였는데 2배 ETN은 −28.3%. 5.7배였습니다.
그리고 3년이 지난 지금도 회복 못 했습니다.
: 하나 옥수수 ETN은 아직 −75.6%. 1배 상품마저 −38.6%입니다.


마지막으로

이 글은 "사지 마세요" 가 아닙니다.
저는 투자 전문가가 아니고, 이번엔 다를 수도 있습니다. 중동 전쟁이라는 변수도 3년 전과는 다르고요.
다만 이건 알고 계셨으면 합니다.

테마는 뉴스가 나오는 순간이 아니라, 뉴스가 나오기 전에 이미 반영됩니다.

5종목의 고점이 하필 6월 9일이었던 이유가 그겁니다.
기사가 나왔을 땐 이미 늦었던 거예요.

그리고 하나 더.
지금 곡물 가격을 실제로 밀어올리고 있는 건 엘니뇨가 아닙니다.
같은 날, 러시아가 돈-아조우 운하를 봉쇄하면서 국제 밀 가격이 4% 급등했어요. 흑해 항로 문제죠.
즉, 지금 곡물값을 밀어올리는 건 날씨가 아니라 에너지입니다.

엘니뇨는 '2028년까지 갈 수도 있는 미래의 가능성'으로 보여집니다.
어느 쪽을 봐야 할까요?

곡물 ETN처럼 레버리지가 붙은 상품이 궁금해졌다면, 최근 바뀐 규제를 정리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현금 3,000만원 + 20주 단위 매매" 총정리와 레버리지 ETF가 시장을 흔든 날을 복기한 코스피는 왜 이렇게 무력하게 떨어졌을까?를 이어서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거에요 ㅎㅎ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D


📌 본 글은 한국거래소(KRX) 정보데이터시스템의 2023년 6월 1일~12월 28일 원본 데이터(143거래일)를 직접 내려받아 계산한 결과이며, 수익률·가격은 2026년 7월 14일 기준입니다.
📌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과거 데이터가 미래를 보장하지 않으며, 모든 투자 판단과 책임은 본인에게 있습니다.

자주 묻는 질문

엘니뇨가 오면 곡물 가격은 정말 오르나요?

곡물(옥수수·밀·대두)보다 소프트 원자재(설탕·커피·코코아·팜유)가 더 직접적인 영향을 받습니다. 주 생산지가 인도·태국·브라질·동남아로 엘니뇨 직격탄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실제 2023년에도 원당은 2016년 이후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곡물 관련 ETN은 급등 후 급락했습니다. 그리고 지금 곡물 가격을 밀어올리는 건 날씨가 아니라 흑해 항로 문제(에너지·물류)입니다.

레버리지 ETN은 왜 회복이 안 되나요?

레버리지 상품은 하루 등락률의 2배를 따라가도록 설계돼 있어, 오르내림이 반복되면 기초자산이 제자리로 돌아와도 손실이 누적됩니다(변동성 끌림). 2023년 6월 고점 이후 하나 옥수수 레버리지 ETN은 3년이 지난 지금도 −75.6%이고, 레버리지가 없는 1배 상품마저 −38.6%입니다.

그럼 관련 종목을 사면 되나요?

원자재 가격 상승이 관련 기업의 이익 증가를 뜻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대한제당은 원당을 사서 정제하는 회사라, 원당 값이 오르면 원가가 올라 오히려 부담이 됩니다. 테마의 방향과 개별 기업의 손익은 반대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본 콘텐츠는 정보 제공 목적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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