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엔비디아의 최신 AI 시스템 베라 루빈에는 공랭 모델이 없습니다.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은 너무 놀라운데요..
공랭식은 말 그대로 공기로 열을 식히는 방법입니다. 랙 하나가 190~230kW의 전력을 쓰는데, 그 정도 열은 공기로 뽑아낼 방법이 없다고합니다.
전력은 거의 100% 다 열로 전환되기 때문에 그만큼 많은 열이 발생한다는 뜻이기에 발열문제가 심각해집니다.
불과 4년 전에는 H100 세대의 랙이 40kW였고, 그전까지 일반 서버랙은 10kW 남짓이었습니다. 그러나.. 2027년에 나올 루빈 울트라는 랙 하나가 600kW를 쓸 예정입니다.
이 글은 AI 데이터센터 완벽 가이드 시리즈의 4편입니다.
랙 하나가 600kW를 쓰는 시대
먼저 숫자로 흐름을 보겠습니다.

엔비디아 세대별 NVL72 랙 기준. 정리·시각화: 늘고불고
핵심은 그림에 그어진 점선입니다.
공기로 열을 뽑아내는 데는 물리적 한계가 있고, 아무리 정교하게 기류를 설계해도 랙당 40kW 안팎이 실용적인 상한입니다.
그런데 AI의 시스템들은.. 예시로 블랙웰이 이미 140kW로 그 선을 훌쩍 넘었고, 베라 루빈은 230kW, 내년 루빈 울트라는 600kW를 향합니다. 2028년 페인만 세대에서는 메가와트급 랙이 거론됩니다.
그래서 이 문제를 해결하기위해 엔비디아는 루빈부터 아예 규격을 못 박았습니다.
100% 액체냉각, 45도 온수 공급, 800V DC 전력. 공랭 구성은 제공하지 않기로요! 하드웨어가 시설 사양을 강제하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 것일까요?)
잠깐, 이 숫자들이 무슨 뜻인가요
읽다보니 여러 개념들이 나와서 혼란스러우시죠? 그래서 다시 한번 되새긴다음 보시면 이해가 더 빠르실거에요!
위의 숫자는 모두 랙 한 통이 쓰는 전력입니다. 데이터센터 전체는 이 랙을 수백에서 수천 개 늘어놓은 건물이니, 2주차에서 본 8.4GW 같은 숫자는 여기에 랙 개수를 곱한 값입니다.
공랭식은 말 그대로 공기로 식히는 방식입니다. 랙 앞에서 찬 공기를 빨아들여 서버 사이를 통과시키고, 열을 머금은 공기를 뒤로 뽑아냅니다. 그 더운 공기를 공조기가 다시 식히는데, 이때 냉각탑에서 물이 증발합니다. 지난 편의 물 이야기가 여기서 나옵니다.
공랭에 한계가 있는 이유는 공기가 열을 나르는 능력이 형편없기 때문입니다. 같은 부피로 비교하면 물이 공기보다 약 3,500배 많은 열을 실어 나릅니다. 그래서 열이 늘면 바람을 더 세게 불어야 하는데, 팬이 잡아먹는 전기와 소음이 함께 폭증하다가 결국 40kW 근처에서 물리적으로 막힙니다.
랙 안에 서버가 몇 대나 들어가는지도 정리해 두겠습니다.
눈여겨볼 지점은 서버 대수가 오히려 줄었다는 것입니다. 40대에서 18대로 줄었는데 전력은 20배가 됐습니다. 루빈 서버 한 대가 예전 랙 한 통 전체보다 전기를 더 씁니다.
대수가 아니라 한 대에 들어가는 GPU의 밀도와 성능이 폭증한 결과입니다.
루빈은 GPU 한 장이 2,300W를 쓰는데, 가정용 전기밥솥이나 헤어드라이어와 비슷한 수준입니다. 그런 것이 랙 하나에 72장, 다음 세대에는 576장 들어갑니다.
전력이 곧 성능이고, 전력이 곧 열입니다.
그럼 전기를 많이 쓰면 그만큼 빠른 걸까요. 대체로 그렇지만, 정확히는 조금 다릅니다.
계산에는 물리적인 에너지 비용이 붙습니다. 트랜지스터가 한 번 켜지고 꺼질 때마다 전기가 들고, 초당 연산 횟수가 늘면 전력도 늡니다. 그리고 그 전기는 거의 100% 열로 바뀝니다. 계산 결과라는 정보 자체에는 무게도 에너지도 없으니, 들어간 전기가 갈 곳이 열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랙이 230kW를 쓴다는 말은 그 자리에서 230kW짜리 히터가 돌아간다는 뜻이고, 그래서 냉각 문제가 전력과 정확히 같은 크기로 따라옵니다.
다만 단순 비례는 아닙니다. 루빈은 블랙웰 대비 전력이 약 1.6배(140kW → 230kW) 늘었는데 추론 성능은 5배를 내세웁니다.
세대가 바뀔 때마다 반도체 공정이 미세해지고 설계가 개선되면서 와트당 성능이 오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전기를 더 쓰니 더 빠르다"보다는, 같은 전기로 더 많이 계산할 수 있게 됐는데 수요가 그보다 빨리 늘어서 전체 전력도 함께 커졌다는 쪽이 정확합니다.
왜 굳이 한 랙에 몰아넣나?
여기서 자연스러운 의문이 생깁니다. 열이 그렇게 부담이면 GPU를 여러 랙에 흩어놓으면 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하지 않는 이유는 AI 학습에서 GPU들이 쉴 새 없이 서로 데이터를 주고받아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대 모델은 GPU 한 장에 담기지 않아 여러 장이 나눠 맡는데, 매 계산 단계마다 중간 결과를 교환해야 합니다. 이때 병목은 계산이 아니라 통신입니다. 전선이 길어지면 지연이 커지고 신호 품질이 떨어지며 전송에 드는 에너지도 늘어납니다. 그래서 물리적으로 최대한 가까이 붙여놓는 것이 성능에 직결됩니다.
엔비디아가 GPU를 낱개가 아니라 NVL72처럼 랙 단위로 통째로 묶어 파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성능을 원하면 밀도가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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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도는 곧 열이며, 그 열은 공기로 감당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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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체냉각이 선택이 아니라 필연이 된 인과가 이것입니다.
액체냉각과 액침냉각은 다릅니다!
여기서 국내 기사들이 자주 뒤섞는 개념을 정리하고 가겠습니다. 액체로 식힌다고 다 액침냉각이 아닙니다.
직접액체냉각(DLC, Direct-to-Chip)은 GPU와 CPU 위에 냉각판(콜드플레이트)을 붙이고 그 안으로 냉각수를 순환시키는 방식입니다.
열이 나는 지점에서 바로 액체가 받아 가는 구조로, 서버 자체는 물에 잠기지 않습니다. 엔비디아 루빈이 요구하는 것이 바로 이 방식이고, 현재 AI 데이터센터의 사실상 표준입니다.
액침냉각(Immersion)은 한 걸음 더 나갑니다. 서버를 비전도성 액체가 담긴 수조에 통째로 담급니다.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오일이라 서버가 잠겨도 작동하고, 모든 부품이 액체와 직접 닿으니 열을 받아내는 효율이 가장 높습니다. 팬이 필요 없어 소음도 사라집니다.
정리하면 공랭 → DLC → 액침 순으로 냉각 능력이 올라갑니다. 지금 시장에서 실제로 깔리고 있는 것은 DLC이고, 액침은 그다음 단계의 선택지입니다. 전 세계 데이터센터의 액체냉각 도입률은 2024년 약 10%에서 2026년 말 3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됩니다.
냉각이 물 문제의 답이기도 한 이유
지난 편에서 다룬 물 문제와 여기서 만나는 지점이 있습니다.
기존 공랭식 데이터센터는 증발식 냉각탑을 씁니다. 물을 증발시켜 열을 버리는 방식이라 물이 계속 사라집니다. 반면 DLC나 액침냉각은 액체를 밀폐 회로 안에서 순환시키므로 증발로 잃는 물이 훨씬 적습니다.
여기에 루빈의 45도 온수 규격이 결정적입니다. 예전에는 차가운 물을 만들려고 냉동기(칠러)를 돌려야 했는데, 45도로 공급하고 65도로 회수하는 구조라면 상당수 기후에서는 바깥 공기만으로 열을 버릴 수 있습니다. 냉동기가 필요 없다는 뜻이고, 이는 전력 소비와 물 소비를 동시에 줄입니다. 회수한 65도 온수를 지역난방에 넘기는 구상까지 나옵니다.
물론 맞교환은 남아 있습니다. 액체냉각 설비를 갖추려면 초기 투자가 크고, 냉각수 배관과 누수 감지, 소재 호환성 같은 새로운 관리 항목이 생깁니다.
지어놓은 데이터센터가 무용지물이 될 위험?!!
이 흐름에는 그늘도 있습니다. 2024년에 블랙웰 120kW를 기준으로 설계한 시설은 2027년 600kW 랙을 사양상 수용할 수 없습니다. 전력 분배와 냉각 설비, 경우에 따라 구조물까지 다시 지어야 합니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특정 세대 밀도에 맞춰 지었다가 다음 세대를 못 받는 '수십억 달러짜리 콘크리트 껍데기' 위험이라고 부릅니다. 업타임 인스티튜트는 그래서 사업자들이 공간이 남는 위험보다 전력·냉각 설비가 놀아버리는 위험을 더 크게 보고 보수적으로 설계하기 시작했다고 짚습니다.
2주차에서 본 것처럼 한국은 이제 막 첫 삽을 뜬 단계입니다. 뒤늦은 출발이 불리하기만 한 것은 아닌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처음부터 고밀도 액체냉각 기준으로 설계할 수 있다면, 이미 지어놓은 시설을 개조해야 하는 쪽보다 유리한 면이 있습니다.
한국은 어디까지 왔나요!?
국내 상황은 생각보다 앞서 있습니다.
삼성SDS는 동탄 데이터센터에서 액침냉각 개념검증(PoC)을 마치고 실제 적용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시스템 설계와 냉각 성능 개선, 안전 설비와 관련해 국내 특허 4건을 출원했고, 회사는 공랭식 대비 MW당 연간 4억원의 운영비 절감과 1,298톤/MW의 온실가스 감축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자사 데이터센터를 넘어 타사에도 서비스할 수 있는 운영 표준을 만든다는 계획입니다.
SK엔무브는 액침냉각용 특수 오일 'ZIC e-FLO'로 접근합니다. SK텔레콤 인천사옥 실증에서 기존 공랭 대비 냉각 전력을 90% 이상 절감하고 데이터센터 전체 전력 소비를 30% 이상 개선했다는 결과를 내놨습니다.
여기에 LG전자가 SK엔무브, 미국 액침냉각 기업 GRC와 손잡고 사업 확대에 나섰고,
GS칼텍스도 액침냉각 유체 생태계에 들어와 있습니다.
정유사들이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액침냉각의 핵심 소재가 특수 정제 오일이라, 기존 윤활유 사업의 기술과 설비를 그대로 확장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정부도 1주차에서 본 3대 메가프로젝트에서 냉각 솔루션을 AI 반도체·클라우드와 함께 국산화 대상 핵심 기술로 지목하고, 국산 냉각 솔루션 실증과 해외 진출을 지원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돈의 흐름 — 냉각 밸류체인
냉각은 단일 산업이 아니라 층이 나뉘는 밸류체인입니다.
**유체**는 액침냉각용 특수 오일로, SK엔무브와 GS칼텍스 같은 정유 계열이 있습니다.
**장비**는 냉각수를 분배하는 CDU, 콜드플레이트, 액침 수조와 열교환기이고, 국내에는 액침냉각 장비를 만드는 중소·중견기업들이 포진해 있습니다.
**시설**은 냉각탑과 칠러, 공조 설비 영역으로 클린룸 기술을 가진 업체들이 데이터센터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글로벌에서는 버티브 같은 인프라 기업이 대표 주자입니다.
시장 규모도 숫자로 나와 있는데요!
델오로 그룹에 따르면 전 세계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시장은 2025년 한 해에만 규모가 두 배로 뛰어 약 30억 달러(약 4조원)에 이르렀고, 2029년에는 70억 달러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4년 만에 다시 2.3배가 되는 셈입니다. 델오로는 액체냉각이 선택적인 효율 개선 수단에서 대규모 AI 구축의 기능적 필수 요건으로 넘어갔다고 평가합니다.
참고로 이 30억 달러는 냉각만 떼어낸 수치입니다. 전력·냉각·배전을 아우르는 데이터센터 물리 인프라(DCPI) 시장 전체는 2025년 4분기 한 분기에만 109억 달러를 기록했고, 2029년까지 610억 달러 규모로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액체냉각은 그중에서 가장 빠르게 자라는 조각입니다.
다만 이 영역은 테마성 급등이 특히 잦습니다. 실제 수주와 매출로 이어지는 기업과 기대감만 있는 기업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가르는 작업은 다음 편에서 티어별로 정리합니다. → 5주차: 데이터센터 관련주 티어 총정리 (발행 예정)
★다음 편 예고★
전력, 물, 냉각까지 세 개의 병목을 모두 살펴봤습니다. 이제 돈 이야기입니다. 다음 편에서는 지금까지 짚은 구조를 바탕으로 국내 데이터센터 관련주를 티어별로 정리합니다. → 5주차: 데이터센터 관련주 티어 총정리 (발행 예정)
이 시리즈의 지도
전체 흐름은 AI 데이터센터 완벽 가이드에서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 총정리 — 1,500조원은 어디로 흐르나
- 데이터센터는 왜 전기 먹는 하마인가
- 데이터센터의 숨은 물 청구서
- 액침냉각이 뜨는 이유 (이 글)
- 데이터센터 관련주 티어 총정리 (발행 예정)
- 물 산업·수처리 관련주 (발행 예정)
-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지도 (발행 예정)
참고 자료: 엔비디아 GTC 2026 발표 및 베라 루빈 NVL72 사양 관련 보도(2026.1~4), 업타임 인스티튜트 및 델오로 그룹 액체냉각 시장 전망, 삼성SDS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및 동탄 데이터센터 액침냉각 PoC 관련 보도, SK엔무브 ZIC e-FLO 실증 결과 및 SK텔레콤 인천사옥 테스트 보도, LG전자·SK엔무브·GRC 업무협약 보도(2026.1), 시사저널e 액침냉각 상용화 관련 보도(2026.1.5), 관계부처 합동 3대 메가프로젝트 발표 자료(2026.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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