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9년 경제성이 없다는 이유로 문을 닫은 미국의 한 원자력발전소가 2027년 다시 가동됩니다.
사고로 유명한 바로 그 스리마일섬입니다. 이 발전소가 만들 전기는 이미 임자가 정해져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20년치를 통째로 사기로 계약했거든요. 용도는 단 하나, AI 데이터센터를 돌리는 것입니다.
전기를 구하려고 멈춘 원전을 다시 켜는 시대. 이것이 AI 데이터센터가 '전기 먹는 하마'로 불리는 이유이자, 한국이 내건 8.4GW 목표가 마주할 현실이기도 합니다. 이 글은 AI 데이터센터 완벽 가이드 시리즈의 2편입니다.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는 왜 갑자기 폭증했나?
같은 데이터센터라도 AI가 들어오기 전과 후는 다른 시설에 가깝습니다. 핵심은 전력 밀도입니다.
서버는 랙(rack)이라는 캐비닛 단위로 설치되는데, 웹사이트나 앱을 돌리던 기존 데이터센터의 랙 하나는 대략 5~10kW를 썼습니다.
그런데 AI 학습용 GPU를 빼곡히 채운 랙은 100kW를 넘어서고, 최신 세대는 그 이상을 향해 갑니다. 같은 면적에 열 배 넘는 전기가 들어가는 셈입니다.
이 밀도 변화가 연쇄 반응을 일으키면서 전력의 수요가 커지게 되는데요!
전기를 열 배 쓰면 열도 열 배 나오니 냉각 방식을 바꿔야 하고(이 이야기는 4번째에서 다룹니다), 건물로 들어오는 수전 설비와 변압기 용량도 통째로 달라집니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데이터센터 규모를 평수가 아니라 GW(기가와트)라는 전력 단위로 부릅니다. 데이터센터의 진짜 제약이 땅이 아니라 전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선택 — 꺼진 원전을 다시 켠다
전력이 제약이 되면 기업은 두 가지 중 하나를 합니다. 전기를 더 만들거나, 전기가 있는 곳으로 가거나.
미국 빅테크는 둘 다 하고 있습니다!
스리마일섬 재가동이 대표적입니다.
2024년 9월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마이크로소프트와 20년 장기 전력구매계약(PPA)을 맺고, 2019년 경제성 악화로 폐쇄했던 1호기를 되살리기로 했습니다. 발전소 이름은 크레인 클린 에너지 센터로 바뀌었고, 약 835MW의 전력이 전력망에 돌아옵니다.
당초 2028년이던 재가동 목표는 2027년으로 1년 앞당겨졌고, 2025년 11월에는 미국 에너지부의 10억 달러 대출까지 확정됐습니다. 다만 2026년은 원자력규제위원회(NRC)의 안전 점검이 집중되는 해라, 일정은 아직 규제 절차에 달려 있습니다.
참고로 1979년 사고가 났던 것은 2호기이고, 재가동 대상인 1호기는 별개 설비로 2019년까지 정상 운영됐습니다.
그럼에도 이 부지의 상징성 때문에 지역사회 의견 수렴 절차가 따로 열렸습니다.
전기요금 갈등은 그다음에 왔습니다. 미국 최대 전력시장인 PJM에서는 데이터센터 수요가 몰리면서 용량 경매 가격이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결국 펜실베이니아주와의 합의로 가격 상한선이 설정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PJM은 2026년 5월 가격 변동성이 만드는 "지속 불가능한 압박"을 언급하며 제도 개편안을 내놨고, 셔피로 주지사는 데이터센터가 자기 전기는 자기가 가져오도록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연방 차원의 규칙도 손보는 중입니다.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FERC)는 20MW 이상 대형 부하의 송전망 접속 절차를 전면 재정비하는 작업에 착수해 2026년 6월까지 개정 방향을 확정하겠다는 일정을 제시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늘어나면서 기존 접속 체계가 한계에 도달했다는 판단입니다.
정리하면 미국이 지난 2년간 겪은 순서는 이렇습니다. 전력 부족 → 발전원 직접 확보(원전 재가동·PPA) → 요금 상승과 주민 반발 → 규제 재설계. 한국이 이제 막 1단계에 들어섰다는 점에서, 이 순서는 예고편에 가깝습니다.
한국의 숙제 — 8.4GW의 무게
정부는 2029년까지 8.4GW, 2035년까지 18.4GW의 AI 데이터센터를 확보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1GW가 국내 원전 1기 설비용량과 비슷하니, 8.4GW는 원전 6~8기가 만드는 전기를 새로 쓰겠다는 뜻입니다.
그렇다면 이 목표는 얼마나 채워졌을까요. 발표된 민간 프로젝트를 모아 집계해 봤습니다.

발표만 보면 목표는 거의 채워졌습니다만.. SK그룹은 7월 3일 SKT를 주축으로 2029년부터 5GW를 단계적으로 열고 2035년까지 총 15GW로 확대하겠다고 공식 발표했고, GS그룹은 강원 동해 북평제2산단에 2.4GW 캠퍼스를 짓기로 7월 6일 강원도·동해시와 협약을 맺었습니다.
합치면 7.4GW로 2029년 목표의 88%, 2035년 기준으로는 17.4GW로 95%입니다.
문제는 막대 맨 왼쪽 끝에 겨우 보이는 짙은 선입니다.
2026년 7월 현재 실제로 착공에 들어간 신규 AI 전용 데이터센터는 SK가 울산 미포산단에 짓는 103MW 규모 한 곳뿐입니다.
2029년 목표 대비 1.2%, 2035년 목표 대비로는 0.6%입니다. 그마저도 아직 건설 중이라 지금 이 순간 가동되고 있는 용량은 0입니다. 울산은 2025년 8월 기공식을 열었고, 2027년 41MW로 부분 가동을 시작해 2029년에야 103MW 완공에 이릅니다.
규모를 가늠할 기준점을 하나 더 놓아보겠습니다. 한국IDC에 따르면 기업 서버룸까지 포함한 국내 전체 데이터센터 전력 수요가 2025년 기준 약 4.5GW입니다.
즉, 정부는 지금까지 수십 년에 걸쳐 쌓인 국내 데이터센터 전체 용량의 두 배 가까이를, AI 전용으로만, 3년 안에 새로 짓겠다고 한 것입니다. 그 출발선에 서 있는 것이 103MW 한 곳입니다.
이 격차가 곧 이 시리즈의 주제입니다.
발표에서 착공까지 걸리는 시간의 대부분은 부지 확보와 인허가, 그리고 전력 계통 접속 대기에 쓰입니다. 실제로 2024년 시행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으로 데이터센터 인허가 절차는 더 복잡해졌고, 승인이 길어지면 수익성이 떨어져 사업자들이 보수적으로 돌아서는 흐름이 이미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국IDC가 국내 데이터센터 시장 성장이 "기대 수준을 하회하고 있다"고 짚은 이유도 여기 있습니다.
여기에 구조적 위험이 하나 더 겹칩니다. 목표가 멀어질수록 SK 한 곳의 비중이 커진다는 점입니다. 2029년 목표에서 SK는 5GW로 60%지만, 2035년에는 15GW로 82%를 차지합니다. SK 발표문에는 "수요와 투자 여건을 고려해가며 단계적으로 추진"이라는 단서가 붙어 있고, 조달해야 할 금액은 1,000조원 규모입니다. 앵커 테넌트 장기계약과 프로젝트 파이낸싱이 틀어지면 국가 목표의 큰 덩어리가 함께 밀리는 구조인 셈입니다.
진짜 병목은 발전이 아니라 송전이다.
한국에는 미국과 다른 문제가 하나 더 있습니다. 전기를 만드는 것보다 보내는 것이 어렵다는 점입니다.
발전소에서 만든 전기를 데이터센터까지 옮기려면 송전선로가 필요한데, 국내 신규 송전망 건설은 환경 문제와 지역 갈등으로 수년씩 지연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수도권과 주요 산업단지는 이미 계통 여유가 빠르게 소진되고 있어서, 부지를 확보해도 전기를 못 받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래서 나온 해법이 발전소 옆에 짓기입니다. 미국이 원전 옆에 데이터센터를 붙이는 것과 같은 발상인데, GS의 입지 선택이 정확히 이 논리입니다. 당진에는 GS EPS의 LNG 복합화력발전소가, 동해에는 GS동해전력의 석탄화력발전소가 있습니다. 그룹이 이미 발전소를 가진 곳에 데이터센터를 짓는 것이죠. 정부가 강원·충청을 데이터센터 벨트로 지정한 이유도 수도권 대비 계통 여유와 해안 입지 조건에 있습니다.
또 하나의 흐름은 자체 전원(온사이트 발전)입니다. 한전 경영연구원은 LNG·연료전지·열병합·ESS 등을 데이터센터 부지 안에 두는 방식이 단순 비상용을 넘어 사업 속도를 좌우하는 핵심 인프라가 되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계통 접속을 기다리는 대신 자체 전원으로 먼저 가동을 시작하는 전략입니다. 한전이 초전도 케이블을 데이터센터 전력망 표준 모델로 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인데, 같은 굵기 케이블로 3~5배 많은 전류를 보낼 수 있어 송전망 신설 부담을 줄이는 기술입니다.
보내는 것이 핵심이다!!
돈의 흐름 — 전력 병목이 만드는 수요
전력이 병목이라는 말은, 뒤집으면 병목을 푸는 설비에 돈이 몰린다는 뜻입니다. 흐름은 대략 이렇게 이어집니다.
발전 단계에서는 LNG 복합화력과 원자력, 그리고 장기적으로 SMR(소형모듈원자로)이 후보입니다. 미국에서 원전 사업자 주가가 AI 테마로 묶여 움직인 것이 이 논리였습니다.
송배전 단계에는 변압기와 개폐기 같은 전력기기, 그리고 전선이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한 동에 들어가는 전기 시설 공사비만 수천억원 규모이고, 1GW 시설에는 전력망·냉각탑·UPS(무정전전원장치)·비상발전기 같은 특수 공종이 일반 건물의 3~5배 투입됩니다.
부지 안으로 들어오면 수배전반, UPS, 비상발전기, 그리고 온사이트 전원 설비인 연료전지와 ESS가 있습니다.
다만 여기서 한 가지 짚고 갑니다. 정책 발표 이후 이름만 걸쳐도 '관련주'로 묶여 급등하는 종목이 쏟아지고 있습니다. 실제 수주로 이어지는 기업과 기대감만 있는 기업을 사업보고서 기준으로 가르는 작업은 5주차에서 티어별로 정리합니다. → 5주차: 데이터센터 관련주 티어 총정리 (발행 예정)
다음 편 예고~
전기를 확보했다고 끝이 아닙니다. 그 전기는 곧바로 열이 되고, 그 열을 식히려면 물이 필요합니다. 그런데 빅테크가 공개하는 물 사용량은 실제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분석이 나왔습니다. 다음 편에서 데이터센터의 숨은 물 청구서를 파헤칩니다. → 3주차: 데이터센터의 숨은 물 청구서 (발행 예정)
제 생각으로는 아마 "물"이 진짜 이 ai데이터센터 미래의 핵심 중의 핵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리즈의 지도
-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 총정리 — 1,500조원은 어디로 흐르나
- 데이터센터는 왜 전기 먹는 하마인가 (이 글)
- 데이터센터의 숨은 물 청구서 (발행 예정)
- 액침냉각이 뜨는 이유 (발행 예정)
- 데이터센터 관련주 티어 총정리 (발행 예정)
- 물 산업·수처리 관련주 (발행 예정)
-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지도 (발행 예정)
참고 자료: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보도자료(2024.9.20) 및 미 에너지부 대출 확정 발표(2025.11), 펜실베이니아 캐피털스타 PJM·셔피로 주지사 관련 보도(2025.12~2026.5), FERC 대형 부하 접속 규칙 개정 추진 보도(2026.4), SK텔레콤 뉴스룸 AI 데이터센터 구축 계획(2026.7.3), 강원도·동해시·GS 업무협약 보도(2026.7.6), 한국경제 GS 당진·동해 데이터센터 보도(2026.6.25), 한전 경영연구원 온사이트 전원 보고서, 한국전력 초전도 송전 관련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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