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이 시리즈를 적기로 마음을 먹은 파트가 바로 물이었습니다.
기업이 공개하는 숫자가 거짓말은 아니라고 하지만 그 숫자는 수치 전체의 12분의 1입니다.
이 물의 수요가 바로 ... 투자에선 유동성이 되거든요!
미 에너지부 의뢰로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데이터센터가 서버 냉각에 직접 쓴 물은 약 174억 갤런(660억 리터)이었습니다.
그런데 또 다른 보고서는 데이터센터가 쓴 전기를 만드느라 발전소에서 증발한 물을 2,110억 갤런(약 8,000억 리터)으로 추산했습니다.
직접 사용량의 12배입니다.
진실은 무엇일까요?
이 글은 AI 데이터센터 완벽 가이드 시리즈의 3편입니다.
물 청구서가 두 장인 이유
데이터센터가 물을 쓰는 경로는 두 가지입니다.
직접 사용 은 서버를 식히는 냉각수입니다.
대부분의 대형 데이터센터는 증발 냉각을 씁니다. 물을 순환시켜 열을 흡수한 뒤 일부를 공기 중으로 증발시키는 방식인데요 이는 사람이 땀으로 체온을 낮추는 것과 원리가 같습니다.
문제는 끌어온 물의 약 80%가 이 과정에서 증발해 영영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하수로 돌아가 재처리되는 물이 아니라, 대기로 날아가 그 유역에서 없어지는 물입니다.
간접 사용 은 그 데이터센터를 돌릴 전기를 만드는 과정에서 소비되는 물입니다.
화력이든 원자력이든 대형 발전소는 증기를 만들고 응축기를 식히는 데 막대한 물을 쓰고, 수력발전은 저수지에서 물이 증발합니다. 발전원에 따라 편차가 큰데, 가스 발전은 태양광보다 훨씬 많은 물을 씁니다.
두 번째 청구서가 훨씬 큰데도 보이지 않는 이유는 단순합니다. 그 물은 데이터센터 부지가 아니라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발전소에서 앞서 사라지고, 환경보고서 작성 기준이 자율이기 때문입니다.
LBNL 2024 United States Data Center Energy Usage Report 기준. 시각화: 늘고불고
기업들의 공개는 어디까지 와 있나
공개 수준은 회사마다 제각각입니다.
구글은 2026년 지속가능성 보고서에서 지난해 물 사용량을 109억 갤런(약 413억 리터)으로 공개했습니다.
전년 대비 34% 늘어난 수치입니다. 참고로 2024년 수치는 81억 갤런이었으니, 1년 만에 28억 갤런이 늘어난 셈입니다.
대부분이 데이터센터 냉각에 쓰였지만, 전력 생산 과정의 간접 사용량은 따로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자유대(VU)의 알렉스 드 브리스가오 연구원은 구글의 간접 사용량이 직접 사용량의 약 3배일 것으로 추정합니다.
메타는 빅테크 가운데 유일하게 직접과 간접을 모두 공개하는 회사입니다. 2024년 간접 물 사용량을 190억 갤런(약 719억 리터)으로 밝혔는데, 직접 사용량의 20배가 넘는 규모입니다. 비교 기준을 놓아보면, 메타가 2023년 전 세계에서 직접 소비한 물은 8억 1,300만 갤런이었고 그중 95%인 7억 7,600만 갤런이 데이터센터 몫이었습니다.
공개했다는 점은 분명한 진전이지만, 2030년까지 수자원을 복원하겠다는 목표만 있을 뿐 간접 사용 자체를 줄일 구체적 계획은 아직 내놓지 못했습니다.
아마존은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를 내면서도 물 사용량을 공개하지 않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전사 물 수요는 밝히지만 데이터센터 몫을 따로 떼어내지 않습니다. 결국 업계 전체의 실제 물 사용량은 기업 공시가 아니라 연구기관의 추정에 기대야 하는 상황입니다.
균형을 위해 짚어둘 것
여기서 한 가지는 분명히 하고 가야 합니다. LBNL 보고서는 직접과 간접을 모두 합쳐도 미국 전체 물 소비의 1% 미만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래서 데이터센터가 미국의 물을 말리고 있다는 식의 주장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이는데요!
진짜 문제는 총량이 아니라 집중입니다. 미국 신규 데이터센터의 약 3분의 2가 만성적인 물 부족 지역에 들어서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곳이 애리조나주 피닉스인데, 비영리 기후단체 세레스는 2031년이면 피닉스 지역 데이터센터의 직·간접 물 수요가 도시 전체 물 사용량의 20%를 넘어설 것으로 경고했습니다. 전국 평균으로는 1%지만, 특정 유역에서는 20%가 되는 것입니다.
물이 부족한 곳에 데이터센터가 몰리는 이유는 역설적입니다. 건조한 지역은 땅이 싸고 전력 인프라 유치에 적극적이며, 습도가 낮아 증발 냉각 효율이 오히려 좋기 때문입니다.
한 가지 더~! LBNL은 직접 사용량이 2028년까지 두 배에서 네 배까지 늘어 최대 330억 갤런에 이를 수 있다고 전망했습니다. 지금의 1% 미만이라는 비율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보장은 없다는 뜻이고,
간단히.. 5%까지 될 수 있다라는 말 같아요!
주민이 데이터센터를 막아선 사례 — 애리조나 투손
집중의 문제가 실제 갈등으로 터진 곳이 있습니다. 피닉스와 같은 애리조나주의 투손시입니다.
2025년, 아마존과 연결된 것으로 알려진 290에이커 규모의 데이터센터 계획이 '프로젝트 블루'라는 이름으로 추진됐습니다.
완공되면 지역에서 전기와 물을 가장 많이 쓰는 시설이 될 것으로 예상됐는데, 협상이 비공개로 진행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론이 폭발했습니다. 주민들은 사막 도시의 물을 기업이 가져간다며 반발했고, 시의회 회의장을 가득 메웠습니다.
2025년 8월, 투손 시의회는 7 대 0 만장일치로 이 계획을 거부했습니다.
부지 편입을 승인하지 않는 방식이었는데, 시의 상수도를 쓸 수 없게 만드는 결정이었습니다.
레히나 로메로 시장은 앞으로 대형 물 사용 시설을 규율할 조례 제정에 착수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사업자는 시 경계 밖의 카운티 관할 부지에서 인허가를 받아 계획을 이어갔고, 냉각 방식을 수랭식에서 공랭식으로 바꾸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아마존은 2025년 12월 사업에서 빠졌지만 공사는 2026년 4월 시작됐습니다. 그 뒤 시공사가 투손 상수도의 공사용 계량기를 확보해 약 65만 갤런(약 247만 리터)의 시 상수도를 현장으로 실어 나른 사실이 드러나면서, 시가 계량기를 회수하고 물을 반환하라고 요구하는 상황까지 갔습니다.
이 사례가 남기는 교훈은 세 가지입니다.
첫째, 물은 이제 데이터센터 입지의 결정적 변수가 됐습니다.
둘째, 지자체의 권한에는 경계가 있어서 시가 막아도 카운티 땅으로 옮겨가면 그만입니다.
셋째, 가장 흥미로운 지점인데요!
물 문제로 압박을 받자 사업자가 선택한 답이 공랭 전환이었습니다. 그리고 공랭은 전기를 더 씁니다. (그래서 해결한 방법은? 이어서..)
그럼에도, 왜? 굳이 물로 식히나
증발 냉각을 쓰는 데는 경제적 이유가 있습니다. 물을 증발시키는 설비는 냉각수를 계속 순환시키는 설비보다 차지하는 공간이 훨씬 적고, 비용도 10~15%가량 저렴합니다. 사업자 입장에서는 합리적인 선택이었던 셈입니다.
그런데 이 계산이 바뀌고 있습니다.
물 사용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규제 압박이 커지면서 물을 쓰지 않는 공랭식 냉각기가 시장에서 선택 가능한 대안이 됐습니다.
구글은 텍사스 윌바거 카운티에 주방 등 필수 시설을 빼면 물을 쓰지 않는 캠퍼스를 짓기로 했고, 공랭식의 약점인 높은 전력 소모는 에너지 기업 AES와 손잡고 발전소 옆에 짓는 방식으로 상쇄하기로 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도 물 부족 지역 신규 데이터센터에는 공랭식 칠러와 외기 냉각을 우선 적용한다는 방침입니다.
다만 여기엔 맞교환이 있습니다. 물을 아끼면 전기를 더 씁니다. 그리고 전기를 더 쓰면 발전소에서 증발하는 간접 용수가 늘어납니다.
물 문제를 진짜로 풀려면 냉각 방식만이 아니라 발전원까지 함께 바꿔야 하는 이유입니다. → 4주차: 액침냉각이 뜨는 이유 (발행 예정)
한국의 빈칸 — 강원·충청 벨트의 물은 어디서 오나?
이제 한국입니다. 정부는 강원·충청권을 AI 데이터센터 벨트로 지정했고, 2주차에서 살펴봤듯 발표된 프로젝트만 7.4GW에 이릅니다.
그런데 이 시설들이 쓸 물에 대한 계획은 아직 눈에 띄지 않습니다.
바탕이 되는 숫자부터 우호적이지 않습니다.
감사원은 기후변화의 여파로 2030년 국내에서만 연간 2,846억~3,970억 리터의 물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쓸 물은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이 아니라 인근 하천과 댐, 지하수에서 끌어와야 하는데, 이는 지역 주민과 농업, 기존 산업이 함께 쓰던 수원입니다. 게다가 앞서 본 것처럼 냉각에 쓰인 물의 대부분은 증발해 사라지므로 하류로 돌려줄 수도 없습니다.
제도적 공백도 지적됐습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데이터센터와 첨단산업단지가 물과 에너지를 동시에 대량으로 쓰는 대표적 시설인데도 현행 국가 물 관리 기준에 제대로 포함돼 있지 않다며, 물과 에너지의 연계 구조를 반영하도록 자원 관리 기준을 전면 재설계해야 한다고 밝혔어요!
희망적인 신호가 있다면?.. 국내 사업자들은 애초에 물을 덜 쓰는 방향으로 설계해 왔습니다.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은 외기에 미세 물입자를 분사해 온도를 낮추는 AMU 방식과 건물 배치 설계로 PUE 1.09라는 높은 효율을 달성했고, 봄·가을에는 냉동기를 아예 돌리지 않습니다. 울산 AI 데이터센터는 인근 SK가스 발전소의 LNG 냉열을 냉각에 활용하는 방안이 거론됩니다.
다만 이런 개별 설계는 어디까지나 기업의 선택이고, 8.4GW 규모의 벨트 전체를 규율할 기준은 아직 없습니다.
큰 틀에서의 합의는 아직 없다는 말...
돈의 흐름 — 물이 병목이면 물 산업이 뜬다!
물 문제가 커진다는 것은 물을 다루는 산업에 수요가 생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취수와 배관, 초순수·멤브레인 같은 수처리, 냉각수 관리와 재이용 설비가 그 갈래입니다.
미국에서는 자일럼이나 에코랩 같은 물 기업이 데이터센터 냉각수 관리 사업을 넓히고 있고, 한국에는 반도체 초순수 국산화 정책과 맞물린 접점이 있습니다.
이 갈래를 종목 단위로 뜯어보는 작업은 6주차에서 다룹니다. 전력 관련주는 이미 경쟁이 치열하지만 물 쪽은 아직 정리된 자료가 드문 영역입니다. → 6주차: 물 산업·수처리 관련주 (발행 예정)
다음 편 예고 ▶
물을 아끼려면 냉각 방식을 바꿔야 합니다. 그리고 최신 AI 칩은 이미 공기로는 식힐 수 없는 수준에 도달했습니다. 다음 편에서는 서버를 액체에 통째로 담그는 액침냉각이 왜 표준이 되어가는지 살펴봅니다. → 4주차: 액침냉각이 뜨는 이유 (발행 예정)
이 시리즈의 지도
- 대한민국 3대 메가프로젝트 총정리 — 1,500조원은 어디로 흐르나
- 데이터센터는 왜 전기 먹는 하마인가
- 데이터센터의 숨은 물 청구서 (이 글)
- 액침냉각이 뜨는 이유 (발행 예정)
- 데이터센터 관련주 티어 총정리 (발행 예정)
- 물 산업·수처리 관련주 (발행 예정)
- 미국 데이터센터 투자 지도 (발행 예정)
참고 자료: Shehabi A. 외, 「2024 United States Data Center Energy Usage Report」, Lawrence Berkeley National Laboratory(LBNL-200163), 2024년 12월 — 원문 보기. 구글 2026 지속가능성 보고서(2025년 물 사용량 109억 갤런, 전년 대비 34% 증가) 및 2025 환경보고서(2024년 81억 갤런), 메타 2025 지속가능성 보고서(2024년 간접 190억 갤런), 알렉스 드 브리스가오(암스테르담자유대) 추정치, 월스트리트저널 데이터센터 용수 보도(2026.7.3) 및 조선일보 관련 보도(2026.7.7), 세레스(Ceres) 피닉스 지역 물 수요 전망, ITIF 「The Data Center Water Problem Is Soluble」(2026.7.6), 감사원 물 부족 전망, 국회입법조사처 자료, 마이크로소프트 데이터센터 FAQ, 구글 텍사스 무냉각수 캠퍼스 관련 보도(2026.2),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냉각 방식 관련 학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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